
통보받은 날의 당혹감
계약 만료 두 달 전이었다. 당연히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계약금까지 걸어둔 상태였다. 집주인에게 슬쩍 연락해서 다음 세입자는 언제쯤 들어오냐고 물었을 뿐인데, 돌아온 대답은 ‘당장 돌려줄 돈이 없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아니, 이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었다. 돈이 없다는 게, 정말 아예 없다는 건지 아니면 어디서 융통해서 주겠다는 건지 따져 묻는 것조차 비참하게 느껴졌다. 부동산 사무실에 가서 중개사님께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분도 난감한 표정으로 ‘요즘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뒷짐을 지고 창밖만 보시더라. 1억 6천만 원이라는 보증금이 내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는데, 그게 묶여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마다 잠이 오질 않았다.
대출을 알아보러 다닌 시간들
결국 버티다 못해 내 쪽에서 먼저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소송이니 경매니 하는 말들은 너무 무서워서 엄두도 못 냈고, 일단은 이사 갈 집에 맞춰야 했으니 보증금반환대출이라는 걸 알아봤다. 처음 간 곳은 평소 월급 통장을 쓰는 1금융권 은행이었다. 그런데 거기서는 내 조건으로는 한도가 안 나온다고 잘라 말했다. 소득 요건도 있고, 지금 집주인의 상태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추가 대출이 어렵다는 식이었다. 한 30분 상담받았나? 대기 시간보다 짧았던 상담 끝에 터덜터덜 밖으로 나오는데, 길거리에 붙은 2금융권 대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급해지니 그런 광고들이 예전보다 훨씬 친숙하게 느껴지는 게 스스로도 우스웠다.
2금융권 상담의 씁쓸한 현실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쪽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주택담보대출 후순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금리는 1금융권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았다. 대략적으로 연 6~8% 정도를 이야기하는데, 한 달 이자만 생각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집주인이 대신 내주겠다는 말은 그냥 공수표라는 걸 진작 깨달았어야 했다. 막상 대출을 진행하려고 하니 서류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등기부등본은 기본이고 임대차계약서, 확정일자, 전입세대열람 내역까지 떼러 다니다 보니 이게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대출 신청하는 데에만 며칠이 걸렸고, 승인이 날 때까지 그 쫄깃한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집주인과의 애매한 대화들
그사이에 집주인이랑은 계속 통화했다. 처음엔 죄송하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본인도 지금 자금 상황이 어쩌고 하면서 법적 조언을 나에게 역으로 요구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내가 그쪽 사정까지 다 봐줘야 하나?’ 싶었지만, 나도 하루라도 빨리 내 돈을 받아야 하니 꾹 참았다. 통정거래니 뭐니 어려운 법률 용어들을 검색해보면서 이게 나한테 유리한 건지 불리한 건지도 헷갈렸다.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사람을 가장 미치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떤 날은 집주인이 친절하게 굴다가도, 다음 날은 대출 이자를 어떻게 할 거냐며 나를 몰아세우는 식이었다.
지금도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
결국 반환대출로 어느 정도 금액을 융통해서 이사는 나갔다. 그런데 끝난 게 아니었다. 보증금 일부는 여전히 그 집에 묶여 있고, 나는 새로운 이자라는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1억 6천만 원 중 1억은 대출이었고 나머지 돈도 여기저기 융통했으니, 지금 내 경제적 상황은 2년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주변에서는 소송을 걸어라, 압류를 해라 조언하지만 당장 내일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법적 절차는 너무 멀고 먼 이야기다. 이사가 끝나고 집을 정리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이게 정말 해결된 건지, 아니면 그냥 폭탄 돌리기를 잠시 멈춘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짐을 다 쌌는데도 마음이 가볍지 않은 건, 아마 이번 경험이 나한테 꽤 깊은 불안을 남겨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증금반환대출 때문에 1금융권에서 거절받은 경험, 저도 비슷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2금융권 알아보면서 오히려 더 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보증금 반환 대출 알아보고 나서 2금융권 알아보는 것도 방법인 거였네요. 상황이 얼마나 복잡할지 몰랐어요.
계약금까지 걸어둔 상황이 얼마나 불안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특히 1금융권 금리랑 비교하면 더 큰 부담이었을 것 같아요.
저축은행 알아보고 있는데, 금리 진짜 부담되네요. 1금융권보다 훨씬 높아서 멘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