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광주 임야를 두고 시작된 골치 아픈 개발 고민
우리 집안 어르신이 2019년에 경기도 광주 쪽에 사두었던 작은 임야가 하나 있다. 당시에 아버지는 퇴직 후에 거기서 주말농장도 하고 작게 집 한 채 지어서 내려가 살겠다고 하셨는데,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결국 몇 년 동안 그냥 풀만 무성하게 자라도록 방치해 두었다가, 최근에 그 근처로 도로가 뚫린다는 소문이 나면서 갑자기 온 가족의 관심사가 되었다. 마침 내 사촌 형이 꽤 규모가 있는 부동산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형에게 이 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물어본 게 화근이었다. 형은 대뜸 요즘 같은 시기에는 땅을 그냥 두면 손해라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서 근생 건물이라도 올리거나 빌라라도 지어 분양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하지만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안 나오는 요즘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임야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일은 시작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1금융권 은행 창구에 가봤자 임야대출은 감정가도 제대로 안 쳐줄뿐더러, 경사도가 높아서 개발 행위 허가가 나올지도 불확실하다며 귀찮다는 듯이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에쿼티인지 에코티인지 생소했던 자기자본의 장벽
사촌 형이 은행 대출이 어려우면 개발 사업 형식으로 부동산 PF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여의도에 있는 중개 브로커를 소개해 주었다. 그 브로커라는 사람은 카페에 마주 앉자마자 대뜸 “현재 확보하신 에코티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어왔다. 나는 처음에 환경(Eco)과 관련된 친환경 건축자금 같은 것을 묻는 줄 알고 멍하니 있었다. 사촌 형이 옆에서 눈치를 주며 에쿼티(Equity), 그러니까 우리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얼마나 되느냐는 소리라고 설명해 주었다. 요즘 부동산 PF 시장은 예전과 달라서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엄격하게 하기 때문에, 사업비의 최소 20%에서 30% 수준의 자기자본이 통장에 꽂혀 있는 것을 증명해야 대출 심사를 시작이라도 해준단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짓고 사업을 하는 데 총 50억 원이 든다면, 우리 돈으로 최소 10억에서 15억 원은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만한 목돈이 있을 리 없는 우리 가족에게는 그 에코티인지 에쿼티인지 하는 단어가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졌다. 브로커는 자기네가 고금리 대출을 주선해서 에쿼티를 채워줄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수수료와 이자가 어마어마할 거라고 경고하듯 덧붙였다.
토지보상 소문과 토지수용절차의 지리한 기다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중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지자체에서 진짜로 도로 확포장 공사를 계획 중이고, 우리 땅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그 도로 예정지에 편입될 거라는 소식이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토지보상법에 따라 국가에서 보상을 받고 털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가족 내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토지수용절차라는 게 그렇게 신속하게 진행되는 법이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아는 법무사에게 물어보니, 주민 열람 공고부터 시작해서 토지조서 작성, 감정평가사 선정, 그리고 실제 협의 보상에 이르기까지 빨라야 1년 반에서 2년은 걸린단다. 만약 보상액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의신청을 하고 수용재결까지 가게 되면 시간은 더 마냥 늘어진다고 했다. 게다가 전체 땅 중에서 도로로 잘려 나가고 남은 나머지 절반의 임야는 모양이 이상해져서 나중에 맹지가 되거나 개발 가치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법 조항을 읽어봐도 토지보상법의 복잡한 보상 기준과 잔여지 수용 청구 요건 같은 것들은 일반인이 독학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1금융권이 막혀 알아본 신탁담보대출과 P2P의 높은 문턱
결국 사촌 형과 나는 1금융권 시중은행은 포기하고 2금융권이나 신탁담보대출 쪽으로 방향을 틀어 알아보기 시작했다. 신탁담보대출은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이전하는 대신 신탁 증서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인데, 담보인정비율(LTV)이 일반 대출보다 조금 더 높게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매달 내야 하는 신탁 수수료도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 내 소유의 땅인데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신탁회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빌리나 싶어 사설 대출 커뮤니티 같은 곳도 기웃거려 봤다. 거기선 요즘 규제가 덜한 중국인대출이나 해외 사모펀드 자금을 연결해 준다는 정체불명의 중개업자들이 득실거렸다. 금리가 연 15%가 넘는 경우도 허다했고 잘못 엮였다가는 땅만 날릴 것 같아 무서웠다. 그나마 제도권에 가깝다는 P2P주택담보대출이나 토지 담보 P2P 상품도 알아봤지만, 여기도 플랫폼 수수료에 연 11%가 넘는 고금리를 요구했다. 중간에 한 업자는 이 땅에 펜션 대신 요새 유행하는 풀빌라나 소형 호텔을 짓자며 호텔담보대출을 알선해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빚더미에 올라앉을 게 뻔히 보여 거절했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들
벌써 이 문제를 붙잡고 씨름한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그사이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었고,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대출로만 수요가 몰린다는 기사를 보며 세상이 참 팍팍하게 돌아간다는 생각만 들었다. 대출을 받아 건물을 올리겠다던 거창한 계획은 시작도 못 해보고 흐지부지 되었고, 사촌 형도 이제는 자기도 본업이 바쁘다며 슬그머니 발을 빼는 눈치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지리한 토지수용절차를 기다리는 것과, 매달 조금씩 나가는 세금 고지서를 받아보는 일뿐이다. 2019년에 처음 이 임야를 샀을 때 아버지가 꿈꾸셨던 소박한 전원생활의 꿈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이 땅이 가족들 사이의 서먹함을 만드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조만간 지자체에서 보상 관련 안내문이 온다는데, 솔직히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보상금이 대출 이자나 감당할 수준일지, 아니면 그냥 흐지부지 또 몇 년을 버려두어야 할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에쿼티 이야기 처음 들었는데, 자기 자본이 그렇게 중요한 개념인 줄은 몰랐네요.
풀빌라 아이디어는 흥미롭네요. 주변 환경과 토지 특성 고려하면, 오히려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
에쿼티 때문에 정말 답답했겠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자본 마련 외에도 사업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에쿼티 개념이 처음엔 완전히 낯설었는데,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더 실감하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