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군데 흩어진 대출을 하나로 합치려다 멈춘 이유

여러 군데 흩어진 대출을 하나로 합치려다 멈춘 이유

이자가 나가는 날이 제각각이라 피곤했다

매달 15일에는 A은행에서 문자가 오고, 20일에는 B저축은행, 25일에는 카드론까지. 휴대폰 알림이 울릴 때마다 통장 잔액을 확인하는 게 거의 습관이 됐다.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다. 처음엔 큰돈이 아니니까 싶어서 카드론으로 300만 원 정도를 빌렸고, 그다음엔 전세 보증금 올려달라는 말에 비상금 대출을 500만 원 끌어다 썼다. 정신 차려보니 총 대출 금액은 2,000만 원 남짓인데 관리해야 할 계좌와 상환 일정이 세 군데로 갈라져 있었다. 그냥 이자만 합쳐도 한 달에 십몇만 원은 훌쩍 넘어가니, 이 돈이면 차라리 하나로 묶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대출 합치기’라는 걸 좀 알아보기 시작한 게 한 달 전쯤이었다.

채무통합 상품을 찾아보며 든 의구심

포털에 ‘대출합치기’라고 검색하면 광고성 글이 쏟아져 나온다. ‘저신용자도 가능’, ‘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추세요’ 같은 문구들. 근데 막상 전화를 해보거나 앱을 켜보면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로웠다. 내 신용 점수가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대환대출 상품을 조회해 보면 금리가 10% 중후반대로 찍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존에 쓰던 대출들 금리를 평균 내보니 8~9% 수준인데, 이걸 합치겠다고 15%짜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맞나 싶어 손가락이 멈췄다. 상담원한테 물어보면 ‘관리의 효율성’을 강조하는데, 매달 조금씩 더 나가는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효율을 찾아야 하는 건지 도무지 계산이 서지 않았다.

생각보다 귀찮은 심사 서류의 벽

주변에서는 그냥 은행 가서 ‘채무통합’ 상담이라도 받아보라고 했다. 큰 은행 몇 군데를 돌아다녀 봤는데, 창구 직원분들은 하나같이 서류부터 떼어오라고 하셨다. 재직증명서, 소득증빙 서류, 현재 보유 대출 내역서까지. 서류를 떼는 과정에서 내가 빌린 돈의 총액을 다시 한번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데, 그 기분이 참 묘하다. ‘이렇게 많이 빌렸나’ 싶어 마음이 가라앉고, 은행 대기석에 앉아 순번 기다리는 30분 동안 괜히 다른 사람 눈치를 보게 됐다. 결국은 서류 몇 장 챙기다가 귀찮아서 그냥 돌아온 적도 있다. 대출을 통합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심사인데, 그 심사를 받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내 대출 이자보다 비싸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결국 그냥 두기로 한 선택

어제 밤에 다시 한번 엑셀 파일에 대출 내역을 정리해 봤다. 결국 결론은 ‘그냥 두자’였다. 합치면 당장 관리는 편하겠지만, 총 대출 원금을 조금씩이라도 갚아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마법 같은 대환대출은 없었다. 1금융권에서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의 2금융권을 갚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미 여기저기 손을 댄 상태라 그마저도 문턱이 높았다. 2,000만 원이라는 돈이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매달 일정한 날짜에 돈이 나가는 게 이제는 그냥 익숙해진 것 같다.

만기일이 올 때마다 하는 다짐

대출 상품마다 만기 상환 조건이 달라서 어떤 건 1년 뒤에, 어떤 건 3년 뒤에 만기가 온다. 만기 때마다 연장을 해야 하니 그때마다 신용 점수 걱정을 해야 한다. 이 불안감이 대출을 합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억지로 묶어서 금리를 올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은 지금처럼 쪼개진 채로 열심히 갚아보기로 했다. 가끔 적금이 만기 되면 여기저기 조금씩 더 넣어서 원금을 줄이는 게 정답일까 싶기도 한데, 매달 생활비로 나가는 돈을 빼고 나면 사실 여유 자금이라는 게 거의 없다. 이래저래 금융 생활은 어렵다.

댓글 3
  • 10% 중반의 금리는 정말 부담되네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원래 금리랑 비교했을 때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휴대폰 알림 때문에 잔액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던 부분 공감해요. 여러 계좌를 관리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지 느껴지네요.

  • 엑셀 정리하다 보니까, 갚아나가는 게 정말 중요한 게 맞다는 생각이네요. 15% 금리는 진짜 부담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