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 100만 원 때문에 앱을 다섯 개나 깔았다 지웠다 했다

비상금 100만 원 때문에 앱을 다섯 개나 깔았다 지웠다 했다

어쩌다 보니 비대면 대출 앱을 켜게 된 상황

며칠 전 갑자기 급하게 나갈 돈이 생겼다. 정말 딱 100만 원이었다. 평소라면 신용카드 할부나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 그만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통장 잔고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급여일은 일주일이나 남았고,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당장 다음 날까지 입금을 안 하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 사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말이다. 밤 11시에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디서 100만 원을 융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

무서워서 사채나 대부중개는 클릭도 안 했다

검색창에 대출이라고 치니까 광고가 정말 쏟아지더라. 특히 ‘개인돈’이나 ‘대부중개’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광고 문구들은 하나같이 ‘당일 입금’, ‘무조건 승인’이라고 적혀 있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대부업체나 이상한 사채 관련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본 기억이 났다. 100만 원 빌리려다가 인생이 꼬일까 봐 그쪽은 애초에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라리 은행 앱에서 비상금 대출을 알아보는 게 백번 낫겠다 싶어서 평소 쓰던 은행부터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은행 비대면 대출의 생각보다 까다로운 벽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비대면 대출이면 그냥 신분증 찍고 5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앱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 달랐다. 어떤 곳은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을 조회해야 했고, 어떤 곳은 통신 등급을 확인한다고 했다. 1금융권 앱을 세 개나 거쳐 갔는데, 다 거절당했다. 사유도 안 알려준다. 그냥 ‘대출 불가’라고만 뜬다. 사람 무안하게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내가 가진 다른 대출들의 한도가 꽉 차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100만 원이 이렇게 빌리기 어려운 돈이었나 싶어서 한숨만 나왔다.

3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금액 설정의 딜레마

조금 더 작은 금액을 넣어볼까 싶어서 30만 원으로 금액을 조정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웃긴 건 30만 원이나 100만 원이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내 신용 점수랑 기존 부채 상황이 바뀌지 않으니 결과도 같았던 거다. 차라리 500만 원 정도 되는 큰 금액을 한 번에 신청해볼까 하는 위험한 생각도 잠시 들었다. 물론 그건 정신 차리고 관뒀다. 지금 100만 원도 해결 못 해서 쩔쩔매는데 500만 원을 덥석 빌리는 건 미래의 나를 더 괴롭히는 짓 같았다.

대출 기록이 남는다는 묘한 압박감

앱을 깔았다 지웠다 하는 과정에서 문득 무서워졌다. ‘이렇게 계속 대출 조회를 하면 신용 점수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실제로 금융권 대출 조회를 너무 자주 하면 기록이 남아서 나중에 진짜 필요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그냥 100만 원이라는 돈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서 현타가 왔다. 결국 그날 밤에는 대출 신청을 하나도 완료하지 못했다.

결국은 주변에 손을 벌리는 게 나았을지도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상황은 더 나빠졌다. 입금 기한은 다가오고, 밤새 핸드폰으로 금융 앱만 들락거렸더니 배터리는 20%밖에 안 남아있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친한 친구한테 사정을 이야기하고 100만 원을 잠시 빌렸다.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바로 보내주더라. 내가 어제 밤새 앱 5개를 깔고 지우며 끙끙거렸던 시간이 얼마나 부질없었는지. 비대면 대출이 편리하다고는 하지만, 나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한테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직도 그 은행 앱들이 왜 나를 거절했는지, 내 신용 점수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길래 그랬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그냥 찜찜한 기분만 남았다.

댓글 3
  • 정말 공감되네요. 신용 점수 때문에 앱을 계속 삭제했던 경험도 저랑 똑같아요. 3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금액 설정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 건강보험 납부 내역까지 확인해야 하는 앱들이 있었던 게 정말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시간만 버렸던 기억이 생기네요.

  • 앱마다 조건이 달라서 정말 짜증났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봤는데, 오히려 신용도 때문에 더 어려운 경우가 많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