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입자가 갑자기 나간다고 했을 때의 막막함과 첫 은행 방문
올해 초에 서대문구에 있는 작은 아파트 세입자한테 연락을 받았다. 다음 달에 만기가 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겠다는 거였다.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별 걱정을 안 했다. 전세를 새로 놓아서 그 돈을 받아서 주면 되겠지 싶었는데, 요즘 전세 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다. 중개업소 세 군데에 집을 내놓았는데도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시간만 계속 흘러갔다. 결국 내가 돈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돌려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급한 마음에 예전에 거래했던 신한은행 서대문지점을 찾아갔다. 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세입자를 내보내는 전세자금퇴거대출을 신청하면 금방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은행 창구 직원의 복잡한 표정을 보는 순간부터 뭔가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는 걸 직감했다.
생각보다 빡빡했던 DSR 규제와 부족했던 대출 한도
은행원과 마주 앉아 소득 증빙 서류랑 아파트 KB시세 조회를 해보니 한도가 턱없이 부족했다. 내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은 2억 8천만 원인데, 내 연소득이랑 기존에 쓰고 있던 자잘한 신용대출, 그리고 자동차 할부금 때문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한도에 꽉 걸려버렸다. 은행에서는 기껏해야 1억 8천만 원 정도가 최대로 나올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남은 1억 원을 어디서 갑자기 구해야 하나 머리가 지끈거렸다. 금리는 연 4.2% 수준으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당장 한도가 안 나오니 금리가 몇 퍼센트인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소득이 없는 고령자아파트담보대출이나 무직자 상품은 조건이 훨씬 더 까다롭다는데, 직장이 있는 나조차도 규제 때문에 대출이 막히니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주택담보대출상담사와의 첫 통화
은행에서 거절당하고 집에 돌아와서 며칠 동안 빌라후순위대출이니 제3자담보대출이니 온갖 생소한 단어들을 검색해봤다. 그러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주택담보대출상담사라는 사람들의 연락처를 몇 개 발견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괜히 사기 전화를 받는 건 아닐까, 수수료를 과하게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전화를 돌려볼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받은 상담사는 내 신용점수와 직장 정보, 아파트 시세를 꼼꼼히 묻더니 시중은행 말고 지방은행이나 2금융권 상품을 조합하면 한도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주택대환대출 방식을 활용하거나 후순위대출을 덧붙이는 방법 등을 조언해주는데, 솔직히 한 번에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본 후순위 금융회사 조건의 장단점
상담사가 제안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받아보니 확실히 1금융권 은행과는 차이가 컸다. 시중은행은 금리가 연 4.2% 수준이었는데, 후순위 금융회사나 저축은행을 이용하게 되면 금리가 연 6.5%에서 최대 7.8%까지 올라갔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매달 내야 하는 이자 차이만 해도 수십만 원이 훌쩍 넘었다. 게다가 중도상환수수료 규정도 3년 동안 1.5%로 매우 타이트했다. 하지만 당장 세입자 만기일은 40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고, 제때 보증금을 못 돌려주면 임차권 등기가 설정되고 지연이자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금리가 높고 조건이 불리해도 일단 당장의 위기를 넘기는 게 우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서류 접수 후 실행일까지 매일 조회하며 애태우던 시간들
대출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상담사가 요청한 서류 목록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지방세 납세증명서 등 떼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 주민센터를 두 번이나 가야 했다. 게다가 직장 건강보험 납부확인서까지 팩스로 보내고 나서 심사가 시작됐다. 은행 본사 심사 기간이 보통 2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그 2주 동안 정말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행여나 심사 도중에 가계대출 규제가 더 강화돼서 거절당하진 않을까 매일 뉴스를 검색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상담사에게 카톡을 보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다행히 상담사는 진행 상황을 꼬박꼬박 알려주었지만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대출은 나왔지만 여전히 찝찝함이 남은 이유
우여곡절 끝에 세입자가 이사 가기로 한 날 아침에 대출금이 들어왔고, 그 돈을 받자마자 바로 세입자 계좌로 보증금을 송금했다. 텅 빈 아파트 방 안을 둘러보는데 다 끝났다는 시원함보다는 묵직한 답답함이 밀려왔다. 결국 내 이름으로 된 빚이 거의 3억 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 매달 찍혀 나올 이자 고지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주택담보대출상담사의 도움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렇게 높은 금리의 이자를 감당하면서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 집을 소유하고 있어도 온전히 내 집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은 당분간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주택대환대출 방식 같은 복잡한 이야기들은 그때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네요. 특히 지방은행이나 2금융권 상품 조합이라는 부분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