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장에 찍힌 잔액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분명히 월급이 들어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통장 잔액이 마이너스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물가는 왜 이렇게 오르는 건지, 점심 한 끼 사 먹는 것도 이제는 눈치가 보인다. 예전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던 커피 한 잔도 이제는 앱으로 쿠폰을 뒤져가며 결제하게 된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스트레스가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씀씀이가 문제인 건지 판단이 잘 서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활비 대출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게 되더라. 3금융권이나 대부업체 같은 이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차이인지도 잘 몰랐다. 그냥 당장 이번 달 관리비와 식비가 걱정되니까,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대출이라는 게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지인들한테 대출 얘기를 꺼내면 다들 일단 멈추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도 학자금 대출로 졸업하고 나서 몇 년째 갚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나만 뒤처지는 기분 같기도 하고, 다들 이렇게 빚을 안고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소액대출이라도 하나 받아볼까 해서 상담이라도 받아보려고 했는데, 막상 대부중개업체 같은 곳에 연락처를 남기려니 망설여졌다. 이름 모를 번호로 오는 대출 권유 문자들은 지긋지긋한데, 정작 필요할 때 손을 뻗으려니 덜컥 겁부터 나는 게 사람 마음인 것 같다. 예전에 친구가 생활비가 급해서 500만 원 정도를 어딘가에서 빌렸다가 이자 때문에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그 친구는 나중에 대환대출을 알아본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 결국 그 과정이 더 큰 에너지를 쏟게 만들었다고 했다.
금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금리가 연 1.7%라는 뉴스를 봤다. 학자금 대출 금리가 동결됐다는 소식이었는데, 나는 왜 이런 혜택에서 멀어져 있는지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막상 생활비를 위해 알아보는 것들은 금리가 10%를 우습게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은행 가산금리가 어쩌고저고 하는 경제 기사들을 읽어봐도 내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은행에서 갑질을 한다느니, 이자 장사를 한다느니 하는 비판적인 기사들도 결국 내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않으니까. 누군가는 복권에 당첨되어서 대출부터 갚았다는 기사를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저런 요행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잔액은 제자리걸음인지 가끔은 정말 답답하다. 부업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 n잡러들의 후기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막상 퇴근하고 나면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서 포기하게 된다.
막연한 불안함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큰 결심을 하지는 못했다. 무작정 어디선가 돈을 빌리는 게 미래의 나를 더 괴롭힐 것 같아서였다. 차라리 지금 조금 굶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이번 달을 버텨보기로 했다. 고정지출을 줄이려고 통신비부터 알뜰폰으로 바꾸고, 구독 서비스들도 죄다 해지했다. 당장 드라마틱하게 통장 잔액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대출 상담을 받았더라면 지금쯤 이자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다음 달에도 똑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지울 수 없다. 실업급여나 정부 지원금 같은 정보들을 뒤져보지만, 내 상황에 딱 맞는 조건 찾기가 왜 이렇게 까다로운 건지. 서민 대출이니 뭐니 하는 제도들도 내가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큰 산처럼 느껴진다.
결국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오늘도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반값 할인 스티커가 붙은 식재료를 골랐다. 이게 내 현실이다. 누군가는 대출을 받아 삶의 질을 높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대출이라는 선택지조차 하나의 큰 짐으로 느껴진다. 아마 나중에 상황이 좀 더 나아지면 그땐 이런 고민을 했던 게 별것 아니었다고 웃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때 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게 될까. 당장 눈앞의 고지서들은 해결했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은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 있다. 내일은 또 내일의 고민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일단은 오늘 무사히 하루를 넘겼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이 흐름을 견뎌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