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해서 핸드폰을 붙잡고 보낸 며칠

급전이 필요해서 핸드폰을 붙잡고 보낸 며칠

모르는 번호로 자꾸 전화가 오던 날들

며칠 전 정말 갑자기 생활비가 막막해졌다. 알바를 그만둔 지는 꽤 됐고, 다음 달 월세랑 관리비가 겹치면서 통장 잔고가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거다. 처음엔 어떻게든 아껴 써보려고 했는데,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인터넷에 ‘소액대출’이나 ‘무직자대출’ 같은 단어를 검색하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몇 번 클릭하고 나니까 무슨 알고리즘인지 내 핸드폰으로 광고성 문자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당일 입금’, ‘무직자 환영’ 같은 자극적인 말들인데,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다. 하지만 당장 내일 나갈 돈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사람을 아주 집요하게 괴롭혔다.

대부업체 조회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의 무게

지인 중 하나가 무턱대고 아무 데나 조회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신용 점수 깎인다고. 그래서 무작정 상담 버튼부터 누르지는 않았다. 대신 서민금융진흥원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상품이 뭐가 있나 뒤져봤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떤 건 내가 해당 사항이 안 되고, 어떤 건 서류 준비가 복잡했다.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비상금대출 연장 거절’ 이런 후기들을 읽어보는데, 남들도 다 비슷한 상황에서 애먹고 있구나 싶어서 묘한 동질감까지 느껴졌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몇십만 원이 별거 아닐 수 있지만, 그 당시 나한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돈이었다. 정작 정말 도움이 되는 정책 상품은 조건이 까다롭고,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니 그 사이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낯선 제안과 불안한 마음의 간극

어느 날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둥, 추가 자금을 융통해주겠다는 둥 아주 달콤한 소리를 했다. 그런데 대화하다 보니 내 정보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는 거다. 순간 머릿속에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쳤다. 예전에 뉴스로 봤던 사기 수법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징역 4년이니 15억 사기니 하는 무서운 기사 제목들이 떠오르니 손이 떨렸다. 나 하나 살자고 주변 사람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때 느꼈던 건, 정말 절박할 때는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거다. 내가 만약 조금만 더 조급했더라면, 저런 말도 안 되는 제안에 혹해서 넘어가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다.

천만 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비현실감

어떤 글에서는 20대 무직자가 9천만 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를 봤다. 사실 그 글을 읽으면서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겨우 100만 원, 200만 원 가지고 쩔쩔매고 있는데 누군가는 수천만 원을 빌릴 수 있다는 게 참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대출 한도 몇백만 원에도 덜덜 떠는데 말이다. 내가 알아본 소액대출 상품들은 금리가 낮으면 한도가 너무 적고, 한도가 넉넉하다 싶으면 이자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았다. 캐피탈 쪽도 기웃거려봤지만, 나 같은 무직자한테는 문턱이 생각보다 높았다. 신규사업자대출 같은 것도 알아봤는데, 당장 사업자 등록증도 없는 나한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결국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진 숙제

며칠 동안 대출 관련 사이트와 앱을 서른 번은 넘게 새로고침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큰 금액을 대출받지는 못했다. 신용 점수 깎이는 게 무서워서 무분별하게 신청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지금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더 구해서 어떻게든 스스로 메꾸려고 노력 중이다. 그때의 그 불안함과 끈적한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만약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아니면 처음부터 다른 길을 찾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결국 금융이라는 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참 차갑고 어려운 벽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는 이렇게 급하게 돈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 이게 끝난 건지, 아니면 잠시 멈춘 건지 잘 모르겠다.

댓글 2
  • 밤늦게 후기 읽으면서 동질감 느껴진 거 정말 공감해요. 제가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서야 진짜 해결책이 뭔지 알 수 있었거든요.

  • 사람들이 절박할 때 얼마나 쉽게 현혹될 수 있는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네요. 특히 가족 정보 요구하는 부분은 정말 주의해야 할 점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