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앱을 켜기까지 걸린 고민의 시간
며칠 전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겼다. 정말 사소한 일이었는데, 당장 현금이 통장에 없으니 덜컥 겁부터 났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금액인데 월급날까지는 일주일이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휴대폰에 깔려 있는 은행 앱을 하나씩 켜봤다.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대출 상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은행 앱에서 이것저것 눌러보니 ‘하나원큐중금리대출’ 같은 게 보였다. 1000만 원 한도에 5.5% 고정금리라는데, 나 같은 사람이 과연 승인이 날까 싶어서 시작부터 망설여졌다. 사실 은행 앱에 들어가서 대출 탭을 누르는 것 자체가 일종의 자존심 상하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왜 이런 걸 알아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한참을 멍하니 화면만 쳐다봤다.
저신용자라는 단어와 마주하는 기분
검색창에 대출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저신용자 소액대출이나 10등급 대출 같은 단어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묘하다. 누군가는 이런 상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겠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내가 이제 이런 곳을 기웃거려야 하는 신세인가’ 하는 착잡함이 먼저 든다. 뉴스에서는 하나금융이 3조 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한다고 떠들썩하고, 저축은행들도 햇살론 같은 걸 늘린다고 하는데, 정작 내 손에 쥐어지는 건 여전히 팍팍한 조건뿐이다. 저축은행 금리는 또 얼마나 높은지, 적금 이자 몇 프로 더 받겠다고 며칠을 고민하던 모습이 떠올라 스스로가 우스워졌다. 이자 계산기를 두드려보며 5.5%가 싼 건지 비싼 건지 가늠해보는데, 사실 저축은행 담보대출 같은 걸 보면 아득해진다.
대환대출을 고민하다가 멈춘 이유
2금융권 대출을 1금융권으로 갈아타면 좋다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내 주변에도 그렇게 해서 이자를 줄였다는 사람이 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싶어서 앱에서 ‘갈아타기’ 기능을 눌러봤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절차가 복잡하다. 내 신용 점수가 어떻게 조회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내 소득으로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판단이 잘 안 섰다. 그냥 상담원과 통화라도 해볼까 싶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질까 봐 전화기 앞에서 또 멈칫했다. 대환대출 조건이라는 게 참 교묘해서, 분명히 된다고 홍보하는데 막상 신청 버튼 근처에 가면 서류 떼야 할 게 산더미처럼 느껴진다. 결국은 ‘다음에 여유 있을 때 하자’며 창을 닫고 말았다.
당일 급전이 주는 묘한 압박감
결국 어디에도 손을 벌리지 못하고 며칠을 더 버텼다. 주변 친구들은 쿨하게 대출받아서 쓰라고 하지만, 그 이자가 내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걸 상상하면 덜컥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전에 정기예금 특판 나왔을 때 무리해서 돈을 묶어뒀던 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그 돈은 예금이라 깨기도 어렵고, 깨봤자 이자도 얼마 안 되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게 꽉 채워서 예금에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차라리 CMA에 넣어둘 걸 그랬나. CMA 금리 비교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 돈이라는 게 참 필요할 때는 묶여 있고 없을 때는 아쉬운 게 야속하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찝찝함
결국 그 급한 불은 어떻게든 카드를 돌려막거나 생활비를 줄여서 해결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내가 제대로 금융 생활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상황에 쫓겨서 허우적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남들은 은행 대출 금리 낮은 거 찾아내서 잘만 갈아타고 다니는데, 나는 왜 이리 이게 어렵고 두려운지 모르겠다. 언젠가 나도 여유가 생기면 이런 고민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평생 이렇게 이자 몇 푼에 전전긍긍하면서 살게 될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다음 달 카드 명세서를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해결은 했는데 뭔가 해결된 것 같지 않은 이 기분은 대체 뭘까.
CMA 금리에 비교해본다면 더 합리적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금 만기 시점에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계산기를 쓰면서 5.5%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 알게 되니까,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려는 생각도 안 드네요.
CMA에 넣어둘 걸 그랬나 싶네요. 그때 금리 비교를 좀 더 꼼꼼히 해봤다면 지금의 고민을 줄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