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한테 차마 말은 못 하고 내 아파트 지분만으로 대출을 알아보러 다녔던 기록

형한테 차마 말은 못 하고 내 아파트 지분만으로 대출을 알아보러 다녔던 기록

공동명의로 묶여 있는 아파트 지분이 이렇게 골칫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

지난해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인천 부평구에 있는 작은 아파트 한 채를 형과 내가 반씩 상속받게 되었다. 당시에는 상속세며 취등록세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일단 5대 5 공동명의로 등기를 올려두고 각자 생업으로 돌아갔다. 아파트 시세는 대략 4억 원 안팎이었으니 내 몫은 문서상으로 2억 원 정도 되는 셈이었다. 문제는 올해 초 내가 하던 일에 갑자기 급전이 필요해지면서 시작됐다. 당장 몇 천만 원이 아쉬운 상황이었는데, 자존심상 형한테 손을 벌리기는 싫었고 그렇다고 이 아파트를 당장 팔자고 제안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형도 마침 그 아파트를 전세로 돌려 그 보증금으로 다른 투자를 하려던 참이었기에 괜히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내 지분인 50%만 어떻게 담보로 잡고 돈을 빌릴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경우를 위한 상품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공동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본인 지분만큼은 담보로 쓸 수 있다는 글들을 보고 조금 안도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 근처 은행을 찾았다가 첫 단계부터 보기 좋게 막히고 말았다.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 창구에서 단칼에 거절당하고 깨달은 현실

퇴근길에 회사 근처에 있는 신한은행 지점을 방문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했다. 거의 40분을 기다려 상담 창구에 앉아 사정을 설명했다. 공동명의로 된 아파트가 있는데 내 지분만큼만 담보로 대출을 받고 싶다고 하니, 대부계 직원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1금융권 시중은행에서는 담보물 전체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 소유자인 형의 인감증명서와 위임장, 그리고 직접 내점하여 서명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동의 없이는 서류 접수조차 불가능하다는 말에 헛걸음을 했다는 허탈함이 몰려왔다.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으로 대출 계산기를 두드려보며 혼자 계산기를 튕겨보던 시간들이 전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시중의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계산기는 전부 단독 명의이거나 공동명의자 전원의 동의를 전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내 지분율 50%를 소수점으로 아무리 입력해 봐야 시중 은행 앱에서는 오류 메시지만 뜰 뿐이었다. 이때부터 일반적인 루트로는 해결이 안 되겠구나 싶어 마음이 조급해졌다.

결국 2금융권과 P2P 지분대출을 알아보며 마주한 살벌한 금리 차이

검색창에 공유지분대출을 검색해보니 저축은행이나 P2P 금융업체, 그리고 사설 대부업체들이 줄줄이 나왔다. 대안이 없다 보니 이름도 생소한 금융사들의 상담 센터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2금융권이나 P2P 업체들은 형의 동의 없이 내 지분만으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조건이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고 살벌했다.

보통 일반 주택담보대출이율이 연 4~5%대 하던 시기였는데, 내 지분만 담보로 잡는 대출은 금리가 최저 연 11%에서 높게는 14%대까지 치솟았다. 내 지분 가치인 2억 원을 다 쳐주는 것도 아니었다. 지분 대출은 나중에 연체가 발생했을 때 채권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감정가의 50% 이하 수준으로만 한도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니까 4억짜리 아파트의 내 지분 2억 원 중에서 실제로 빌릴 수 있는 돈은 6천만 원에서 7천만 원 남짓이 한계였다. 이마저도 금리가 연 12%를 넘어가니 매달 내야 하는 이자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장 결제 대금을 막아야 하는 처지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서초동 법원등기소까지 찾아가서 복잡한 서류를 떼던 피곤한 과정들

진행을 하겠다고 하니 요구하는 서류가 또 한 보따리였다. 주민등록등초본이나 소득증빙 서류는 정부24에서 쉽게 뽑았는데, 공유지분과 관련된 상세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며 등기필증 원본 이미지와 토지대장, 그리고 폐쇄등기부등본까지 요구했다. 인터넷 등기소에서 출력이 잘 안 되는 서류가 있어서 결국 반차를 내고 서초동에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소까지 직접 찾아가야 했다.

시끄러운 대기실에서 대기표를 뽑고 서류를 발급받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게다가 대출을 심사하는 업체 측에서는 아파트의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며 자체 감정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사 비용과 감정평가 수수료조로 약 35만 원을 선입금하라고 요구했다. 돈을 빌리기도 전에 생돈이 나가는 것 같아 찝찝했지만 일을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팩스로 등기 서류들을 전송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흘 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동의 없이 내 지분만으로 돈은 나왔지만 통장을 볼 때마다 드는 불안감

신청한 지 약 일주일 만에 최종 승인이 났고, 수수료와 이것저것 떼고 나서 약 7,000만 원의 금액이 내 통장에 입금되었다. 금리는 연 12.2%로 결정됐다. 매달 이자만 거의 70여만 원씩 빠져나가는 셈이다.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통장 잔고에서 매달 이자가 나가는 날이 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가장 불안한 것은 만에 하나 내가 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연체라도 되는 상황이다. 연체자아파트담보대출 같은 상품으로 대환을 할 수 있다고 광고는 하던데, 그런 곳은 금리가 연 18%가 넘어 사실상 파멸의 지름길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만약 채권자가 내 지분에 대해 경매를 신청해 버리면 결국 형에게도 통지서가 갈 것이 뻔하고, 집안 싸움으로 번질 게 불 보듯 뻔했다.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편리함 뒤에 숨은 리스크가 생각보다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혹시라도 공동명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웬만하면 서로 좋게 이야기해서 처분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이자가 나가는 통장을 볼 때마다 매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이 기분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댓글 2
  • 50%만 담보로 잡는다는 건, 공동명의 부동산 때문에 얼마나 복잡해질지 미리 예상해야 하는데.

  • 4억짜리 아파트 지분으로 대출을 알아보는 과정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알 것 같아요. 특히, 금리가 그렇게 높아서 매달 이자를 내는 것만 생각해도 부담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