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보대출 더 받으려다 헛걸음만 친 이야기

아파트 담보대출 더 받으려다 헛걸음만 친 이야기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안일함

작년 가을쯤이었나, 뜬금없이 목돈이 필요할 일이 생겼다. 뭐 거창하게 사업 자금을 굴리려는 건 아니고, 지금 살던 아파트에서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옮기려는데 전세 보증금이 예상보다 훨씬 더 오르는 바람에 꽤 큰돈이 부족해진 상황이었다. 평소라면 조금 더 고민했을 텐데, 마침 내가 살던 아파트도 그 몇 년 사이에 가격이 제법 올랐고, 기존에 받았던 주택담보대출도 꽤 많이 갚아서 잔금이 줄었으니까, 이걸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으면 되겠다고 너무나 쉽게 생각했다. 어련히 알아서 은행에서 다 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컸다. 아, 당시 내가 살던 곳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 있는 우리 집이었다. 그냥 은행 앱 켜서 ‘주택담보대출 추가’ 버튼 몇 번 누르면 대충이라도 가능 금액이 나올 줄 알았다.

내가 살던 동네는 ‘규제지역’이었다는 걸 한참 잊고 살았네

근데 막상 앱을 열고 이것저것 쑤셔보니 뭔가 이상하게 복잡했다. 예전처럼 금방 견적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주택담보대출 추가대출’이라고 검색창에 넣어봐도, 나오는 블로그 글마다 온통 ‘LTV’,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지역’ 같은 어려운 말들이 잔뜩이었다. 아차 싶더라. 내가 살던 동탄 아파트가 한창 집값 오를 때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엄청나게 강화됐다는 걸 깜빡 잊고 살았다. 기존 대출이 있어도 추가로 더 받으려면 LTV가 40%니 뭐니 하는 조건에 딱 걸렸다. 이미 받은 대출 원금이랑 이자를 다 합쳐서 계산하니, 내가 원하는 만큼의 추가 대출은 커녕, 코딱지만큼의 여유도 없다는 게 한 번에 이해됐다. 은행은 내가 가진 집을 담보로 돈을 ‘더’ 빌려주기는커녕, ‘네 빚이 이미 충분히 많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기대출 과다자 추가 대출’이라는 게 따로 있다길래 한 줄기 희망을 가졌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이런 빡빡한 규제 속에서도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발품을 팔았다. ‘기대출과다자 추가대출’ 같은 특이한 키워드도 보이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클릭해봤다. 기존 대출이 많아도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건가? 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한 줄기 희망이라도 보인 것 같았다. 근데 자세히 알아보니 이쪽은 금리가 심상치 않았다. 보통 주거래 은행에서 받으면 그때 기준으로 4%대 후반에서 5%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상품들은 기본 6% 이상은 가볍게 넘어가고, 심하면 7~8%대까지도 부르더라. 거의 신용대출 수준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소득 증빙이나 재직 기간, 기존 대출 상환 이력 같은 조건도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나 같은 일반 직장인이 무슨 대단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주거래 은행에서도 어렵다는데 여기서 뭘 더 기대할 수 있겠나 싶었다.

주거래 은행은 시큰둥, 2금융권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한 기분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역시나 내가 오래 거래해 온 국민은행이었다. 대출 상담 창구에 앉아서 기존 대출 내역과 추가 대출 가능성을 물었는데, 상담사분 표정이 영 시원찮았다. 컴퓨터 화면만 한참 들여다보더니, “고객님, 현재 조건으로는 기대출이 있으셔서 많이 어렵습니다. DSR 규제도 그렇고 LTV 한도도 이미 꽉 차셔서…. ” 하면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참 듣고 나왔다. 결국 내가 원하는 전세 보증금에 턱없이 부족한,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의 금액만 겨우 언급했다. 다른 보험사 같은 곳에서도 알아봤는데, 그쪽은 은행보다는 심사 기준이 좀 다르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금리가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2금융권’이라는 말 자체가 왠지 모르게 좀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괜히 ‘대부업체’랑 같은 선상에 놓는 건 좀 그렇지만, 막연한 편견이라는 게 무섭지 않은가.

결국 어정쩡하게 끝난 두 달간의 허탈한 탐색전

그렇게 거의 두 달 넘게 여기저기 알아보고 발품을 팔았는데, 결국 원하는 만큼의 돈을 빌리는 건 실패했다. 뭐, 아주 못 빌린 건 아니고, 딱 필요한 액수의 절반 정도만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금리가 꽤 높은 쪽으로 해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원래 계획했던 새 아파트로의 이사는 결국 미루게 됐다. 그 덕분에 계약금을 날릴 뻔하기도 했고, 집주인과의 관계도 좀 어색해졌다. 차라리 기존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가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어차피 그때는 이미 늦은 선택이었다. 이런 대출 규제가 개인에게 이렇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와중에 부동산 시장은 또 더 복잡해지고,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고.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게 없다는 느낌이었다.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좀 막막한 상태로

지금도 그 전세 보증금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임대인한테 사정해서 잔금일을 한 달 정도 더 늦춰달라고 부탁한 상태다. 이전에 집 살 때처럼 뭔가 시원하게 대출받고 처리되는 일은 이제는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번에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차라리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게 더 빠르고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면 그냥 아예 이사를 포기하고 지금 집에서 만족하며 사는 수밖에 없거나. 솔직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 그 전에 ‘내가 뭘 더 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서 이 상황이 좀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걸까. 뭔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을 참 답답하게 만든다.

댓글 3
  • 정말 답답한 상황이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대출 조건 때문에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서 속상했던 기억이 생기네요.

  •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은행들이 그렇게 깐깐하게 보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상황이 더 복잡해지면서, 정말 답답하네요.

  • 규제지역 때문에 더 힘들었겠어요. 제 주변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답답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