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곳에서 야금야금 빌려 쓰다 보니 꼬여버린 매달의 결제일
처음에는 아주 사소하게 시작했던 것 같다. 사회초년생 때 갑자기 목돈이 쓸 일이 생겼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기는 싫고 해서 그냥 모바일 앱으로 몇 번 누르니까 바로 나오는 카드론을 썼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때는 20대대출이라는 게 얼마나 나중에 발목을 잡는지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클릭 몇 번에 300만 원, 500만 원이 계좌로 바로 꽂히니까 마치 내 돈이 생긴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대출 계좌가 세 개로 늘어나 있었다. 롯데카드 카드론 하나, 이름도 가물가물한 저축은행 한 곳, 그리고 비상금대출이라고 받았던 소액 대출까지. 금액 자체는 아주 거대하지 않았지만 진짜 미칠 것 같은 건 매달 다르게 돌아오는 결제일이었다. 어떤 건 5일, 어떤 건 17일, 어떤 건 27일 이런 식이니까 월급이 들어와도 통장에 머무는 법이 없고 계속 빠져나갔다. 가끔 이체 통장에 잔액 채워놓는 걸 깜빡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단기연체가 되는 일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휴대폰으로 독촉 문자나 전화가 오는 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신용 점수 깎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밤에 잠도 잘 안 왔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빚을 하나로 묶어서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용어들이 너무 어렵고 복잡했다. 신용대출을 새로 받아서 갚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신용보증대출 같은 걸 알아봐야 하는 건지 머리가 아팠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는 온통 광고 글만 가득해서 신뢰가 가지 않았다.
대환대출뜻을 제대로 모른 채 모바일 앱으로 조회부터 돌려봤던 날들
사람들이 자꾸 대환대출에 대해 이야기하길래 처음에는 정확한 대환대출뜻도 몰랐다. 그냥 대출을 새로 받아서 내가 직접 기존 대출을 갚아버리는 건지, 아니면 은행끼리 알아서 돈을 주고받고 내 채무를 하나로 합쳐주는 건지 헷갈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존에 있던 비싼 이자의 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의 새로운 대출로 바꾸어 타는 것을 포괄적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당일입금대출이나 승인 빠른 곳을 검색해 보기도 했는데, 검색 결과로 나오는 업체들 이름이 너무 생소하고 무서웠다. 잘못하면 흔히 말하는 사채업자나 매달 이자를 터무니없이 받아 가는 달돈 같은 불법 사금융에 엮일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실제로 정식 등록 업체라고 써 붙여놓고도 교묘하게 높은 수수료를 떼어가는 곳들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이름이 알려진 안전한 곳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급해도 1금융권신용대출이나 정부 지원 상품 선에서 해결해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주거래 은행 앱을 켜고 채무통합대환대출 관련 메뉴를 찾아 조회를 돌려봤다. 하지만 모바일로 하는 한도 조회는 생각보다 신통치 않았다. 대출이 이미 여러 개 있다는 이유로 한도가 아예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금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턱없이 높았다. 결국 비대면 앱으로만 해결하려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류를 들고 직접 은행 창구로 찾아가 물어보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KB국민은행 새희망홀씨II 상담을 위해 연차를 쓰고 지점으로 찾아간 이유
내가 선택한 곳은 KB국민은행이었다. 마침 서민금융 지원 상품 중에 KB국민은행 새희망홀씨II라는 상품이 있다는 글을 읽었고, 내 소득 수준이나 신용 상태에서 시도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 서대문구에 위치한 지점을 방문했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동안 엄청 긴장됐다. 대기 시간만 거의 40분이 넘어갔는데, 기다리는 내내 스마트폰으로 대출 한도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었다.
상담 창구에 앉아 행원분에게 현재 내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카드론이랑 저축은행 대출이 흩어져 있어서 매달 이자 내기가 너무 벅차고, 이걸 하나로 묶고 싶다고 말했다. 행원은 내 신용 조회를 해보더니, 현재 다중 채무 상태라 1금융권 일반 신용대출은 어렵지만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II를 통해서 대환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자고 했다. 다만 모바일 앱 신청과 다르게 영업점 신청은 챙겨야 할 서류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소득금액증명원, 건강보험 자격득실확인서, 납부확인서 같은 서류들을 기본으로 요구했다. 거기에 기존에 빌린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대출 잔액 증명서와 부채 증명서까지 팩스로 받아서 제출하라고 했다. 회사에서 미리 뽑아온 서류에 문제가 있어서 결국 은행 내에 있는 팩스 기기를 사용해 기존 금융사들에 전화를 돌려 부채증명서를 발급받는 소동을 벌였다. 대기실 한구석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팩스 번호를 누르고 확인 전화를 하던 순간은 정말이지 다신 겪고 싶지 않을 만큼 피곤했다.
서류 심사 대기 중에 겪었던 자잘하고 번거로운 서류 확인 과정
서류를 다 제출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끝이 아니었다. 최종 승인까지 총 5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 5일 동안 매일매일 은행 앱을 들어가서 진행 상황을 조회해 봤다. 심사 중간에 은행 측에서 재직 확인 전화를 회사로 걸어왔는데, 하필 내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전화가 와서 심사가 하루 지연되기도 했다. 담당 행원에게서 서류 보완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존에 내가 쓰고 있던 저축은행 대출은 연 14.5%였고 카드론은 연 13.2%였다. 새로 신청한 상품의 금리는 심사 결과 연 8.2%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확실히 기존 이자율에 비하면 낮아지는 것이라 수치상으로는 이득이 맞았다. 대출 금액은 흩어져 있던 채무를 다 갚고 남은 소액을 합쳐서 총 1,800만 원으로 잡았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도 번거로웠다. 돈이 내 통장으로 들어와서 내가 직접 송금하는 게 아니라, 은행 측에서 기존 금융사 계좌로 직접 대출금을 쏘아서 상환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상환 영수증이나 완납 증명서를 팩스로 다시 은행에 제출해야 했는데, 일을 하면서 이 모든 과정을 챙기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전화 상담원과 씨름하며 완납 처리가 되었는지 몇 번이나 재확인해야 했다.
연 8.2퍼센트 금리로 정리했지만 여전히 매달 빠져나가는 돈을 보며 드는 생각
결국 모든 대출이 하나로 합쳐졌고, 이제 매월 10일에 한 번만 이자가 나간다. 날짜를 착각해서 이체를 놓치는 번거로움이나 단기연체 걱정은 확실히 사라졌다. 매월 나가는 원리금은 약 38만 원 정도로 묶였다. 이전에는 여기저기서 쪼개져 나가던 돈을 다 합치면 한 달에 50만 원이 훌쩍 넘었으니,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의 액수 자체는 줄어든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완전히 편해진 건 아니다. 금리가 낮아졌을 뿐이지 내가 갚아야 할 원금 1,800만 원은 그대로 남아 있고, 대출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내가 오랜 기간 동안 이 빚을 계속 안고 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매달 내는 돈이 줄어들었다는 안도감에 취해 내가 빚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다시 소비를 늘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문득 든다.
가끔은 대환을 안 하고 조금 더 쪼들리더라도 원래대로 짧고 굵게 갚아 나가는 게 총이자 측면에서는 더 나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복잡한 서류 떼기와 전화 통화에 진을 다 빼고 나니, 금융 상품이라는 게 결국 어떻게 포장하든 결국엔 빚을 길게 늘려놓는 것에 불과하다는 씁쓸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채무통합을 생각하니까, 그때 앱으로 한 번에 300만 원 꽂히는 기분도 이해가 되네요.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그냥 다 연결하려고 했던 게 좀 어색한 것 같아요.
은행에서 바로 처리해주니 송장 확인하는 게 너무 번거로웠던 것 같아요. 특히 팩스로 증빙 서류를 보내는 게 정신없었습니다.
은행에서 직접 처리해주던 방식이 생각보다 복잡했네요. 굳이 서류를 여러번 제출해야 했던 불편함이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