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 뭉치 들고 돌아다니던 기억
몇 달 전 전주 쪽 경매 물건을 기웃거리다 상가 하나를 덜컥 낙찰받았다. 사실 경매 공부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금방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낙찰받은 상가는 감정가 대비 70% 수준인 3억 5천만 원 정도였는데, 내 수중에는 딱 1억이 있었다. 나머지 2억 5천만 원은 대출로 해결하면 된다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 은행 지점을 몇 군데 돌아다녀 보니 분위기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경매 물건’이라는 단어만 꺼내면 상담 창구 직원들 표정이 일단 굳어지는 게 보였다. 2금융권 대출까지 알아봐야 하나 싶어 전전긍긍하던 그 시간이 참 길게만 느껴졌다. 처음 상담할 때는 내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한도 정도면 여유 있게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감정평가서와 낙찰 허가 결정문을 내밀자 돌아오는 대답은 ‘검토해보겠다’는 말뿐이었다. 그게 얼마나 막막한 단어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대출 승인 과정에서 겪은 짜증 섞인 시간
대출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음이 타들어 갔다. 입찰 보증금으로 3천5백만 원을 이미 낸 상태라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상담사는 소상공인 대리대출이나 다른 정책 자금도 알아봤냐고 물었지만, 이미 내 상황에서는 조건이 안 맞는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은행에서는 계속해서 해당 건물의 권리 관계를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미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는데도, 경매로 넘어간 이력이 있으면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고 했다. 매일같이 전화가 와서 서류 하나가 부족하다, 등기부등본상의 주소지랑 실제 거주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나를 불렀다. 상가 하나 낙찰받고 이렇게까지 서류에 시달려야 하나 싶어 몇 번은 그냥 포기하고 보증금 날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1금융권의 벽은 정말 높았고, 내가 생각했던 ‘투자’라는 게 이렇게 피 말리는 작업인지 몰랐다.
상가 경매와 대출의 묘한 현실
주변에서는 경매 풀케어 같은 멤버십이나 컨설팅을 받으라는 소리도 들었다. 낙찰 이후의 출구 전략을 짜주는 곳들인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내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고집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닥쳐보니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낙찰 대금 납부 기한은 다가오는데 대출은 계속 지연되고, 혹시라도 잔금을 못 치러서 보증금을 몰수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쳤다. 뉴스를 보면 전세 반환금 대출 문제나 집주인이 돈을 안 줘서 경매가 진행되는 사례가 수두룩하던데, 나는 반대로 내 돈을 들여서 샀는데도 이렇게 힘들구나 싶었다. 결국 2금융권까지 내려가서 금리 5% 후반대를 감수하고서야 대출 승인을 받았다. 매달 나가는 이자를 계산해보니 애초에 계획했던 수익률은 이미 물 건너갔다.
돌아보니 아쉬운 점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무모했다. 경매 대출은 일반 아파트 담보대출처럼 딱 떨어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걸 왜 그때는 몰랐을까. 전주까지 내려가서 임장을 돌고, 현장에서 부동산 사장님들이 ‘이 정도면 잘 받은 거다’라는 말만 믿고 덜컥 입찰한 게 후회된다. 사실 지금도 이 상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당장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문제고, 경기가 좋지 않아서인지 문의 전화조차 거의 없다. 가끔은 그냥 마음 편하게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적당한 예금이나 적금에 넣어둘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경매가 돈이 된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막상 내 돈이 묶이고 은행 이자가 나가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건조하고 냉정했다. 앞으로 또 경매를 할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대출 조건부터 확실히 챙기고 나서 입찰 버튼을 누를 것 같다. 물론, 그때가 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겠지만 말이다.
경매 과정에서 은행과의 소통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감정평가서부터 등기부등본까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서류 작업이 필요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