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성산동 아파트 전세대출 받으면서 은행이랑 씨름했던 한 달간의 기록

마포구 성산동 아파트 전세대출 받으면서 은행이랑 씨름했던 한 달간의 기록

마포구 성산동 아파트 전세를 구하며 시작된 한도 고민

살다 보니 마포구 성산동 근처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는 날도 온다. 지금껏 빌라나 작은 원룸 위주로만 전세를 전전하다가, 이번에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방이 두 개 이상인 아파트로 들어가고 싶었다. 인터넷 부동산 매물들을 며칠 동안 뒤지다가 마음에 드는 성산동의 한 구축 아파트를 발견했는데, 문제는 보증금이었다. 전세 보증금이 4억 2천만 원이나 되었는데 내 손에 쥐어진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은 요즘 아파트전세대출한도가 잘 나오니까 신용에만 문제없으면 보증금의 80%인 3억 3천 6백만 원까지는 무난하게 나올 거라고 쉽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막상 내 상황이 되니까 그 ‘무난하다’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다. 대출이라는 게 원래 서류 도장 찍기 전까지는 사람 피를 말리는 법인데, 중개업소 사장님은 너무 쉽게 계약금부터 걸라고 재촉하셔서 초반부터 묘하게 삐걱거리는 기분이었다. 예전에 아는 동생이 오피스텔매매대출이나 빌라담보대출을 알아볼 때 대출 심사에서 한도가 갑자기 깎여서 낭패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더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아파트는 빌라나 오피스텔보다 한도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온다고는 하지만, 내 직장 근속 연수나 연봉 같은 개인적인 조건들이 얽히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모바일 앱으로 두드려본 계산기와 오프라인 은행 창구의 괴리

대출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처음 한 일은 스마트폰에 있는 주택담보대출이자계산기를 켜고 대략적인 원리금 상환액을 두드려본 것이었다. 전세대출이자도 비슷한 방식으로 계산해보면 매달 나갈 지출 규모가 그려질 것 같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모바일 간편 조회 화면에서는 연 4.1% 정도의 금리로 한도가 충분히 나올 것처럼 표시되기에 조금 안심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서류를 챙겨들고 신한은행 마포구청역 지점을 찾아갔을 때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은행 대기석에는 사람이 꽉 차 있어서 대기 시간만 무려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어렵사리 차례가 되어 창구 직원 앞에 앉았는데, 직원은 내 서류를 훑어보더니 모바일 앱으로 조회한 것은 단순 예시일 뿐이라며 실제 심사를 들어가 봐야 정확한 한도와 금리가 나온다고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특히 내가 재직 중인 회사가 중기업 규모라 우대 금리를 온전히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머리가 띵했다. 인터넷 계산기로 두드렸을 때는 매달 110만 원 안팎으로 이자만 내면 될 줄 알았는데, 은행 직원이 말하는 가산금리를 더하고 나니 매월 나갈 이자가 12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금리 0.1% 차이가 뭐 그리 크겠냐 싶겠지만, 2년 동안 매달 내야 하는 처지에서는 그 몇만 원 차이가 꽤나 묵직한 부담으로 느껴졌다.

대출상담사조회를 해보고 알게 된 비대면 진행의 번거로움

평일에 은행 문 닫기 전에 월차를 내고 지점을 매번 찾아가는 것이 눈치 보여서,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대출상담사를 통해 진행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인터넷 카페 같은 곳을 찾아보니 은행 연합회 사이트에서 대출상담사조회를 해보면 정식 등록된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서 몇 명 검색을 해봤다. 확실히 상담사를 통하니까 내가 굳이 은행 창구에 앉아 기다릴 필요 없이 전화나 모바일 메신저로 필요 서류를 물어볼 수 있어서 처음에는 편했다. 상담사는 신한은행 외에도 다른 시중은행의 금리와 조건을 비교해 주며 가장 유리한 곳을 찾아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귀찮은 일들이 많았다. 상담사가 요구하는 서류 종류가 은행 지점에서 요구했던 것보다 훨씬 많고 구체적이었다. 보안 카드를 사진 찍어 보내달라거나 개인 정보 동의 링크를 몇 번이나 눌러야 했는데,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혹시나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문득문득 엄습했다. 정식 등록된 대출상담사라는 것을 조회 화면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민감한 개인 정보가 담긴 주민등록등본이나 소득금액증명원을 모르는 사람의 개인 카카오톡으로 전송하는 찝찝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서류 보완 요구를 거듭 받으며 피가 말랐던 3주일의 심사 기간

어찌어찌 서류를 접수하고 나서 심사가 진행되는 3주일 동안은 매일 아침 휴대폰 진동 소리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보통 일주일이면 끝난다는 후기들을 봤었는데, 나 같은 경우는 구축 아파트의 공동명의 문제와 내 개인 부채 비율이 얽혀서 그런지 심사가 유독 질질 끌렸다. 그 와중에 은행 측에서 추가 서류를 제출하라는 문자가 두 번이나 왔다. 주민등록등본에 과거 주소 변동 이력이 전부 나오게 상세본으로 다시 떼어 보내라거나, 회사에서 발급받은 재직증명서의 날짜가 일주일이 지나서 최신 날짜로 다시 끊어 오라는 식이었다. 회사 총무과에 가서 눈치를 보며 재직증명서를 재발급받을 때는 굳이 이런 고생을 해가며 넓은 집으로 가야 하나 싶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만약 잔금 당일까지 대출 실행이 안 되면 계약금으로 걸어둔 수천만 원을 날리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세대환대출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시기라 심사 자체가 전반적으로 지연되었다고 하던데, 당시에는 그런 사정을 전혀 몰랐으니 피가 마를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오피스텔매매대출을 받아 입주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원래 이렇게 심사가 오래 걸리느냐고 징징거리며 물어보는 게 일상이었다.

이사 후에 남은 매달의 이자 부담과 여전한 심리적 찜찜함

결국 이삿날 아침에 아파트전세대출금이 임대인 계좌로 무사히 송금되었다는 문자를 받고서야 길었던 한 달간의 긴장이 탁 풀렸다. 이삿짐을 다 풀고 성산동 아파트 거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덮쳐왔다. 대출금 3억 3천 6백만 원에 대한 이자가 매달 내 통장에서 칼같이 빠져나갈 생각을 하니 이제 진짜 은행의 노예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게다가 2년 뒤에 전세 계약을 연장할 때는 금리가 또 어떻게 변해 있을지, 혹시라도 집값이 떨어져서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요즘 뉴스에서 임대인 관련 사고 소식이 워낙 자주 들리다 보니, 대출을 무사히 받은 것만으로는 마음이 온전히 편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은행 대출 담당 직원이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넌지시 말해줬는데, 가입 비용을 또 몇십만 원 내야 한다고 해서 일단은 그냥 보류해 둔 상태다. 돈을 아끼려고 가입을 안 하자니 찝찝하고, 가입하자니 당장 매달 나가는 이자 외에 목돈이 또 깨지는 게 싫어서 미루고만 있다.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창밖을 내다보는데, 여전히 이 대출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는다.

댓글 2
  • 계획하신 거, 생각보다 오래 걸리던데. 재직증명서 다시 받으면서 일하시는 모습 보니 답답하네요.

  • 은행 앱에서 확인한 금리랑 실제 은행에서 제시받는 금리가 조금씩 달라서, 계산기를 다시 돌려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