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치 못한 지출이 겹쳤던 그때
작년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평소처럼 월급날만 기다리며 버티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문자를 보냈다. 계약 갱신 시점이 다가오면서 월세를 조금 올리겠다고 통보가 온 것이다. 사실 기존 월세도 적은 편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1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머리가 멍해졌다. 당장 다음 달부터 올려줘야 한다는데, 수중에 당장 융통할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었다. 비상금이라고 해봐야 식비랑 공과금 정도가 전부였고, 주식 계좌에 넣어둔 돈은 이미 파란불이 켜진 지 오래라 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은행 앱을 켰다가 마주한 현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평소 쓰던 주거래 은행 앱에 접속했다. 비대면으로 가능한 소액대출 메뉴를 몇 번이나 눌러봤는지 모르겠다. 100만 원 정도만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았는데, 화면에 뜨는 문구는 항상 똑같았다. ‘신용점수 부족’ 혹은 ‘대출 불가’. 직장인이라고 다 같은 직장인이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4대 보험이 되고 매달 꼬박꼬박 급여가 찍히는데도, 과거에 통신 요금을 몇 달 밀렸던 기록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 보증보험 문제까지 엮여 있다는 걸 그때 상세히 알게 되었는데, 사실 지금도 그게 정확히 왜 그렇게까지 내 신용을 갉아먹는 건지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저 대출 화면에서 계속 거절당하는 내 모습이 비참할 뿐이었다.
밤마다 검색창을 헤매며 했던 고민들
밤마다 스마트폰을 쥐고 ‘당일 대출’, ‘저신용자 소액’, ‘비대면 업체’ 같은 단어들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로 나오는 수많은 광고성 글들을 보면, 마치 내 상황을 당장 해결해 줄 것처럼 말하는 곳들이 많았다.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받으면 300만 원은 물론이고 3,000만 원까지 가능하다는 글들도 보였다. 처음엔 혹했다. 신용불량자도 가능하다는 말에 혹해서 연락을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친구 중에 한 명이 예전에 급한 마음에 그런 곳을 건드렸다가 이자가 원금보다 불어나는 걸 본 적이 있어서 선뜻 연락하기가 무서웠다. 100만 원이 급해서 100만 원을 빌리려다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 200만 원, 300만 원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감이 컸다.
폰깡과 연체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주변에서는 정 안 되면 ‘폰깡’이라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사실 그런 방법들이 불법인지, 아니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르는지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윤리적인 판단보다는 당장 내일 낼 월세를 걱정하게 된다. 연체 기록이 쌓여서 나중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보다, 어떻게든 지금 당장 눈앞의 고비를 넘기는 게 우선처럼 느껴졌으니까. 이게 참 무서운 거다. 사람이 벼랑 끝에 서면 도덕적인 기준이 희미해지고 오로지 오늘 하루 버티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니 말이다. 결국 나는 지인에게 며칠만 빌려달라고 고개를 숙였고, 그렇게 겨우겨우 월세를 맞췄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정말 아찔했다.
정답 없는 금융 생활의 피로감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전세 사기니 뭐니 해서 보증금도 못 돌려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처럼 소액의 월세도 쩔쩔매는 사람도 있지만, 수억 원의 보증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기사를 보면 세상이 참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가 한 번 붙으면 다시 정상적인 금융 생활로 돌아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가 왜 그렇게 차갑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연체를 다 정리하고 조금씩 신용점수를 회복하고 있지만, 그때의 공포는 아직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대출 하나 받으려고 밤새 휴대폰을 뒤지던 그 밤의 기억은 아마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어떻게든 빚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뻔한 사실뿐인데, 막상 살다 보면 그게 가장 어렵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와, 정말 비슷한 경험 한 적 있어요. 통신 요금 연체 기록 때문에 대출 심사받을 때마다 너무 답답했거든요.
계약 갱신 시 통보받고 당황했던 마음이 느껴져요. 신용 점수 때문에 꼼짝없이 대출만 찾아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네요.
은행 앱에서 계속 거절당하는 모습이 답답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폰깡 때문에 정말 힘들었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워요.